농업 활동이 지하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유발할 수 있을까?

1. 농업용 플라스틱 자재, 미세 플라스틱의 주요 공급원

현대 농업에서는 비닐 멀칭, 플라스틱 관개 시스템, 농업용 플라스틱 그물망 등 다양한 플라스틱 자재가 사용된다. 이러한 플라스틱 제품은 지속적인 사용과 환경적 요인(자외선, 온도 변화, 물리적 마찰 등)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한다. 특히, 비닐 멀칭은 토양 내 수분 유지와 잡초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한 조각으로 분해되어 토양에 축적된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빗물과 관개수를 통해 유출되면서 지하수로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플라스틱을 이용한 관개 시스템도 미세 플라스틱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폴리에틸렌(PE) 및 폴리염화비닐(PVC) 소재의 관개 호스와 배수관이 마모되거나 손상되면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물과 함께 이동하여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의 침투는 직접적인 식수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농경지의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농업용 화학비료와 폐기물이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가중시키는 과정

농업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화학비료와 퇴비가 사용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료와 퇴비가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수 슬러지(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이용한 비료에는 상당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하수 슬러지를 활용한 유기질 비료에는 섬유, 미세 비닐 조각, 플라스틱 필름 조각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들은 비료가 땅에 뿌려질 때 함께 토양으로 흡수된다. 미세 플라스틱이 토양 입자 사이에 끼어 있으면 빗물이나 농업용수와 함께 이동하면서 점진적으로 지하수로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폐비닐 및 플라스틱 농업 자재를 제대로 수거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다. 태우는 과정에서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공기 중에 확산될 수 있으며, 이들이 강우를 통해 토양으로 흡수되면서 지하수까지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3. 빗물 침투와 지하수 내 미세 플라스틱의 이동 경로

농경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지하수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는 강우와 관개수다. 강우가 내릴 때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토양 입자들이 빗물과 함께 이동하며, 일부는 하천으로 흘러가지만, 상당량은 지하로 스며든다. 특히, 사질토(모래 성분이 많은 토양)와 같은 투과성이 높은 토양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빠르게 이동하여 지하수로 스며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지는 건기에는 농업용 관개수가 더 많이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용수에 섞여 지하수층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연구에서는 농업 지역의 지하수에서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가 도시 지역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농업 활동이 지하수 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증거다.

이와 더불어, 지하수 내 미세 플라스틱이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독성을 더욱 증가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세 플라스틱은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는데, 농업에서 사용되는 살충제, 제초제 등이 미세 플라스틱에 흡착되면 독성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 상태로 지하수로 유입될 경우, 식수 안전성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

 

4. 지하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저감을 위한 해결 방안

농업으로 인한 지하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선, 생분해성 플라스틱 자재의 사용 확대가 고려될 수 있다. 기존의 비닐 멀칭 대신 생분해성 필름을 사용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농업용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이 끝난 농업용 플라스틱 제품을 효과적으로 수거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환경으로 방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플라스틱 비료 포장재를 반환할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이 확대된다면 농업으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수 슬러지 기반 비료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다. 하수 슬러지에는 미세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이를 토양에 사용하기 전에 철저한 정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농업 지역의 지하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 주기적인 수질 검사를 통해 오염원을 추적하고, 농업 방식의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